한국에 세뱃돈이 있듯 중국에는 ‘야수이첸(压岁钱)’이 있다. 오늘날의 야수이첸은 ‘홍바오(红包)’라 불리는 중국 전통의 빨간색 종이 봉투에 담겨 전해진다. 매년 춘절, 어른들이 나이를 새로 먹은 아이들에게 야수이첸을 넣은 홍바오를 주는 것이 본래의 관습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주며 주고 받는 것이 유행이다. 홍바오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있어 매우 친숙한 중국의 문화인 반면, 야수이첸을 아는 이는 드물다. 분명한 것은 야수이첸의 흥미로운 유래와 변천사는 알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야수이첸의 유래
홍바오의 유래에 얽힌 널리 퍼져있는 전설이 있다. 오래 전, 수이(祟)라 불리는 요괴가 살았다. 수이는 춘절 전날인 음력 섣달 그믐날 밤이면 마을로 내려와 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제는 그때마다 아이들이 심하게 놀라 울음을 그치지 않았는데, 연이어 두통과 고열에 시달리다 끝내는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춘절 전날 밤이면 집집마다 불을 켜놓고 혹시 모를 요괴의 방문을 두려워하며 밤을 새야만 했다.
어느 한 부부 역시 똑같은 걱정을 했다. 그들은 아이에게 동전 8개를 놀잇감으로 주었다. 아이가 지쳐 잠들자 빨간 봉투에 그 동전들을 넣어 아이의 베개 옆에 놓았다. 부모는 밤을 새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쓰러져 잠들었다. 그 후, 수이가 큰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나 아이의 머리를 만지려는 순간 베개 옆에 있던 동전들이 빛을 내뿜었고, 놀란 수이는 달아났다. 다음날 아침,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마을에 8개의 동전이 요괴를 달아나게 한 사건을 알렸다. 이때부터 춘절에 아이들에게 8개의 동전이 담긴 빨간 봉투를 선물하고 자기 전 베개 옆에 두도록 하는 관습이 생겨났다.
과거에는 수이를 무찌르는 돈이라 해 그 동전들을 일컬어 '야수이첸'이라 불렀다. 이후 발음이 똑같고 나이를 뜻하는 수이(岁)를 써서 현재의 야수이첸이 됐다.
야수이첸의 변천사
최초의 야수이첸은 한나라 시절에 생겨났다. 당시의 '야승첸(厌胜钱)'이라고 불렸는데, 실제 가치가 있는 화폐가 아닌 동전 모조품이었다. 한나라 사람들은 야수이첸을 액땜을 목적으로 몸에 지니고 다녔다. 동전의 앞면에는 천추만세(千秋万岁) 또는 천하태평(天下太平) 등 각종 덕담이 새겨져 있었고, 뒷면에는 별자리와 같은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당나라 시절에는 춘절이 되면 왕이 궁전을 돌며 야수이첸을 뿌리는 풍습이 있었다. 민간에서는 주로 연장자가 신생아에게 악귀를 좇는 부적으로 쓰라고 야수이첸을 주었다.
명나라와 청나라 시절의 야수이첸은 홍승촨첸(红绳穿钱)이라고 불렸다. 동전들을 붉은 줄로 역어서 만든 형태였다. 빨간색 줄은 행운을 뜻하고, 형편이 되면 8개의 동전을 줬는데, 숫자 8 역시 중국에서는 행운의 숫자로 여겨진다. 주로 아이들의 새로운 한 해에 길조가 있기를 빌며 주었다.
학생기자 나인열(상해중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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