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나이로 중2가 된 큰 아이는 요즘 내가 키운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다. 자기만의 바운더리가 확실해진 아이는 이젠 주말이면 집에 있는 날이 없다.
‘엄마 어벤져스 4가 개봉을 한대요. 60위안만 이체해 주세요.’
수요일 하교시간이 지나도록 안 들어 오더니 위챗이 먼저 도착했다.
‘어벤져스 4가 개봉을 하던 말던 네 용돈으로 보면 되지 그런 것까지 이체해줘야 되니! 그럼 내가 용돈은 뭐 하려고 주니, 집에도 안 들어오고 어디서 위챗질이야! 빨리 들어오기나 해!’
이렇게 소리 질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바, 갚으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60위안을 이체해 줬다.
금요일 방과 후 영화만 보고 들어오겠다던 애초의 약속과는 달리 조금 늦게 들어가겠다는 문자 한 통과 함께 또 아들은 밤이 늦도록 깜깜무소식이 됐다. 맨날 열쇠도 안 챙기고 다니던 녀석이 요즘엔 열쇠도 잘 챙긴다. 한 밤중에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면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이 녀석 때문에 마음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나는 평소엔 남의 얘기인 줄만 알고 듣던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요즘처럼 마음에 와 닿은 적이 없었다. 그래 요즘 애들은 우리 세대와는 다르니 인정하자. 마음을 내려놓으니 아들을 대하는 내 마음이 좀 편해졌다.
“요즘 너희들은 밖에서 뭐하고 노니?”
정말 궁금했다. 중국친구들은 이 시기에 뭐하고 노는지.
“密室逃脱(방탈출)”
내가 어렸을 땐 없던 놀이였기에 생각지도 못했다. TV를 통해 방탈출이란 놀이문화가 있다는 건 들은 적이 있었다. 재미있냐고 물으니 정해진 시간 안에 탈출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를 엄청나게 써야 하는 게임이라며 자기네들은 거의 실패를 하지 않는다며 자랑이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걸 보니 거기서만 노는 건 아닐 테고, 또 어딜 가냐고 물었더니 KTV가서 노래도 부른단다.
‘이누무시끼 할건 다 하고 돌아다니는구나!’
토요일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또 어딜 가니?”
“애들이랑 만나서 밀크티 마시기로 했어요.”
“그… 그래… 밀크티는 친구들이랑 만나서 마셔야 제 맛이지….”
어제도 가까운 쇼핑몰에서 출발했다는 녀석이 한 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뒤로 걸어도 그것 보단 빨리 도착한다고 했더니,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하고 얘기하면서 왔다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한 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 이것도 한때 일거라 믿는다, 내가 내려 놓으마. 즐겨라 아들놈아!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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