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 중국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9일 국유인 주택용지에 대해서는 사용권 기간이 끝나더라도 '추가 사용료 없이' 자동으로 연장해 주는 길을 열어놓은 '물권법(物權法)' 초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24차 전체회의는 이날 물권법 초안 제6차 심의에서 법률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주택용지의 사용권 기간을 연장할 경우 소정의 추가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중국 언론이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법률위원회는 "주택용지 사용권 보유기간 자동 연장에 따른 추가 사용료 문제는 광대한 군중의 절실한 이익과 관계되는 사안으로서 신중하게 다뤄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규정하지 않는 것이 옳겠다"고 건의했다.
이는 추가 사용료 부과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광대한 군중의 절실한 이익'을 고려할 때 추가 비용 없는 사용권 보유기간 자동 연장은 시간 문제이자 사유재산 보호를 표방하고 조화사회 건설을 제4세대 지도부의 통치이념으로 내세운 중국의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현재 국가에 일정한 사용료를 내고 주택용지 사용권을 획득한 사람들은 일단 해당 토지는 물론 그 위에 건축된 주택까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완전한 사유재산으로 보호를 받게 된다.
중국에서는 1990년 5월 국무원령으로 공포한 '도시 국유토지 사용권 양도(出讓) 및 재양도(轉讓)에 관한 임시시행 조례'에 의해, 국가로부터 유상으로 획득한 토지 사용권을 매각, 교환, 증여할 수 있게 돼 있다.
"중국이 도대체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하는 논쟁까지 불러일으키며 4년 간에 걸쳐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며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6차례 심의라는 중국 입법사의 신기록 하나를 세우며 확정된 물권법 초안은 내년 3월 열리는 전인대 전체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인대가 2002년 12월 처음 심의한 이 법안은 당초 주택용지와 비주택용지를 구분하지 않고 건설용지로 한데 묶어 기간이 만료되면 사용권은 당연히 소멸하며 이를 연장하려면 당연히 추가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2차 심의와 3차 심의 이후 여론수렴 과정에서 주택용지의 최장 사용기간 70년은 너무 짧아 사유재산 보호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출됨에 따라 건설용지를 주택용지와 비주택용지로 구분해 4차 심의에 회부했다.
2005년 10월 4차 심의 당시의 수정 초안은 주택건설 용지의 경우 사용권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자동 연장되지만 추가 사용료를 내야 하며 비주택건설 용지의 경우 공익적 수요에 따라 회수하면서 그 위의 건축물 등에 대해서는 보상을 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주택용지 추가 사용료 문제는 2006년 8월 5차 심의에서도 논란 끝에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만 정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두었다가 이번에도 '신중 처리'를 이유로 관련 규정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토지 종류별 최장 사용권 기간은 주택용지가 70년으로 가장 길고, 공업용지와 교육.과학기술.문화.위생.체육용지 및 종합용지 혹은 기타 용지가 각각 50년, 상업.여행.오락용지가 40년으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