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세계 최대 TV업체인 TCL이 인수합병(M&A)에 따른 경영난으로 유럽 사업을 대폭 줄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TCL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톰슨의 TV 사업부 인수에 따른 경영 악화로 폴란드 공장을 매각하고, 프랑스 지역 본사와 판매-마케팅 지사 6곳을 포함한 7개 유럽 사업부 가운데 5곳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4500만 유로(575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인원 감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TCL은 2003년 미국 RCA와 프랑스 톰슨을 잇따라 인수하며 세계 TV 시장에서 1위로 등극했다. 당시 TCL은 중국 제조업 특유의 저가 생산과 RCA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톰슨의 인지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주력 분야인 브라운관 TV에 매몰돼 평판 TV 등장을 예상하지 못하면서 결국 2억300만 유로의 손실만 남기게 됐다.
TCL은 지난해 5월에도 알카텔과의 휴대폰 합작사업을 9개월 만에 청산한 바 있다.
TCL 뿐만 아니라 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보 등 중국 업체들은 브랜드 획득에 연연해 해외 기업을 인수했으나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을 파악하지 못해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톰슨은 TCL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며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톰슨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TCL은 앞으로 2년동안만 유럽 시장에서 톰슨 브랜드 사용권을 보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소재 중국은행 인터내셔널의 랜디 저우는 "TCL은 합병 회사를 경영할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했다"며 "지나치게 컸던 야심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