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2019-10-17, 12:10:47] 상하이저널
우리 셋 중 가장 먼저 결혼한 친구 남편은 9남매 중 막내 아들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내가 달랑 두 형제인 맏이 하고 결혼을 했고 마지막으로 또 한 친구가 8남매 맏아들과 결혼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막내는 대부분 귀여움을 받고 자라겠지만 형제 많은 집 막내는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부모님 연로 하시고 형님 누님 나이 차이가 많으니 또래집단의 관계도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력은 강해 사회생활은 문제없이 잘 해나가지만 타고난 막내의 기질은 어쩔 수 없는지 집에서는 친구에게 어리광(?) 같은걸 부리고 정 많은 맏딸인 친구는 그것을 잘도 받아준다.  

상대적으로 맏이인 아들은 스스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니 친구도 자연스럽게 그 짐이 지워졌다. 사실상 대가족의 리더이다 보니 권위적이었고 늘 삶이 분주했고 감정을 드러내는데 아주 소극적이었다. 친구는 늘 알아서 집안의 대소사를 이끌어 나가는 진정한(?) 맏며느리가 되어갔다. 

나는 그 시절 핵가족 맏아들과, 특히 맏아들에게 각별한 사랑이 가득한 시댁이었지만 나도 외딸에 맏이, 그런 배경으로 서로 강함이 많이 부딪혔던 것 같다. 결혼 초 에는 모든 면에 환경이 다르니 많이들 그렇듯 우리도 시댁식구들과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특히 맏며느리인 우리 둘과 막내인 친구와의 의견은 종종 부딪히곤 했다. 

어쩌다 모이면 이런 갈등을 쏟아놓게 되는데, 이미 80이 넘으신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 보다 더 연로하신 형님들이 계시니 늘 막내라 배려해주시고 챙겨 주시니 친구는 우리가 이상한듯한 눈으로 교과서적인 교훈을 하곤 해서 우리를 폭발하게 했다. 어머니와 목욕탕에 가서 등을 밀어드리면 좋아하신다느니 자기 어머니는 항상 쌈짓돈을 꼭 쥐어주고 가신다느니 하는 말에 어느 날 "너 그 돈 어디서 나는 줄 알어? 맏며느리가 드린 용돈 너한테 가는 거야. 너 형님 한테 가서 여쭤봐. 너랑 같은 생각인지"하며 속마음은 부러움으로 가득했지만 발끈했던 웃지 못할 기억도 있다. 엊그제 같던 이런 삶들이 어느새 지나간 건지 모르겠다. 꿈만 같다. 

카톡, 카톡 소식이 연달아 올랐다. 
"우리 아주버님 입원하셨어. 어머, 우리 셋째 형님 쓰러지셨대" 그러더니 이틀 후, "돌아가셨어." 

장례에 다녀와선 의식이 없으신 형님, 치매가 오신 형님, 게다가 60이 넘은 자기 남편이 거기선 청년이고 자기는 처자로 불려진다니. 막내라 가족의 온갖 사랑과 관심을 받고 살아왔는데 이제 어른들이 연세 들어 이렇게 한 분 두분 떠나시거나 준비를 하시니 모든 것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고 각자의 자리가 있는 듯 하다. 그러면서 이제 청년과 처자(?) 친구 내외의 수고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 동안 받은 사랑을 기억한다면 세상은 또 그렇게 아름답게 가고 있겠지라는 희망을 이야기 했다.  

상하이의 가을이 왔다. 덥고 습한 여름을 아는 사람이면 이 짧은 계절이 얼마나 좋은지 안다. 문득, 풍요로움과 더불어 스치는 차가운 기운에서 몰려오는 그리움, 아련함 이런 시린 가슴은 세월이 가져다 준 흔적인가? 그렇지만 이것도 나의 인생길의 한 부분이라면 지금 이순간도 끌어안고 사랑하리.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동물들 2019.10.19
    지난 8월, 군견이 실종 상태였던 14살 청소년을 구출한 일이 화제를 모았다. 군견처럼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을 돕거나 전문 분야에서 활약하는 동물들이 많다. 이들..
  • 마음까지 풍성하게 하는 10월 가을밤 음악회 hot 2019.10.19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10월 가을밤 음악회 핀카스 주커만&호주 애들레이스 교향악단 음악회 세계 10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히는 핀카스 주커만은 지휘가, 교육가,...
  • 中 남성, 에이즈로 입사 불발되자 ‘취업 평등권’.. hot 2019.10.17
    中 남성, 에이즈로 입사 불발되자 ‘취업 평등권’침해로 소송 최근 HIV(에이즈)감염자인 한 남성이 자신을 탈락시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6일 펑파이..
  • [10.17] 中 특허 출원 154만 건…세계 절반 수준 hot 2019.10.17
    중국은 지금… 2019년 10월 17일(목) 상하이방닷컴 shanghaibang.com1. 中 특허 출원 154만 건…세계 절반 수준중국이 지난해 출원한 특허 수..
  • '학생용 휴대폰' 출시 학부모 61.3% 찬성 hot 2019.10.17
    자녀들의 휴대폰에 대한 '애착'은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청년보사 사회조사중심이 1939명 중소학교..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5.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6.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7.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8.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9.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10.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경제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5.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6.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7.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8.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9.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10.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사회

  1.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2.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3.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4.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5. 유심칩 교체 문자, 진짜일까 피싱일까..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2.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3.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4.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3.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4.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5.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6.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7. [허스토리 in 상하이] 떠나요 둘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