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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우리집 강아지 ‘가비’

[2019-10-24, 17:31:54] 상하이저널
16년째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아파트에 살다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고 강아지도 키우고 싶어서 이곳으로 왔다. 래브라도 강아지를 샀다. 내가 경험이 부족해 배변 교육에 실패했고, 미안하지만 실내에서 키울 수가 없어 마당에 큰 목조 개 집을 만들어줬다. 잔디가 깔린 뒤뜰은 우리 강아지의 큰 화장실이 됐고 어쩌다 햇살이 좋아 나갈 때마다 강아지의 똥이 여기저기.

강아지는 애정이 부족했는지, 피크닉 매트를 깔고 애들하고 좀 놀아볼까 싶으면 35킬로그램의 육중한 몸을 쓰다듬어 달라는 듯 애기처럼 내 무릎 위에 턱 엎드려 있곤 했다. 강아지를 좋아하긴 했지만 등치가 크고 무거워서 부담스러웠다. 자꾸 밀어내도 기어올라와 내 손을 핥으면 온통 침 투성이다. 정말 애들이 좋아해서 참았다. 철도 없고 눈치도 없는 우리 강아지는 온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면 자기가 다 인사를 한다. 멍! 멍! 멍!

외국인 이웃이 많았다. 그들이 내 이름은 몰라도 우리 강아지 이름은 다 안다. 그래서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비집’으로 통했다.  아주 추운 날 독일 이웃이 안에 있는 나를 불렀다. 강아지가 너무 추워하는 것 같은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아주 미개하고 인정머리 없는 개 주인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원래 개는 밖에서 키우는 거라고 말해줬다. 개 집에 담요도 깔아줬지만 그래도 좀 안쓰럽기는 했다. 어린 아기가 둘 있어서 집 안에서 키우기가 꺼려졌다.

밖에 있다 보니 옆집 진마오 수컷과 바람이 났다. 그리고 언젠가 부터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난 큰 결심을 하고 싱가포르인 주인을 찾아가 아무래도 아빠가 너희 집 개인 것 같으니 새끼를 낳으면 같이 책임지자고 했다. 그런데 그 주인은 “낙태하는 약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나를 기가 막히게 했다. 

이젠 새끼를 낳을 때가 됐는데, 이상하게 소식이 없었다. 병원에 데리고 갔다. 임신이 아니라 종양이라고 했다. 종양 제거 수술을 하고, 불임 수술도 해줬다. 미안하긴 하지만 내가 다 키울 능력이 안될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종양 수술을 두 번 정도 더 했다. 세월은 흘러 우리 딸이 열 살이 됐고, 우리 가비도 열 살 노인이 됐다.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픽 하고 쓰러졌다. 담요를 감싸 집에 데려왔다. 수의사가 간암 폐암 진단을 내렸다. 수술도 여러 차례 했다. 배에 수술 자국을 보면 안쓰러웠다. 나는 남편이 항상 밖에서 담배를 피워서 우리 가비가 폐암에 걸렸다고 화를 냈다. 

비가 오는 날엔 비도 피하지 않고 비속에 가만히 비를 맞으며 앉아 있어 집에 넣어 주었다. 인식을 못하는 거 같았다. 사료도 안 먹길래 북어죽을 끓여서 줬다. 그것도 얼마 지나 먹지 못했다. 꿀물을 타 줬다. 이틀 정도 먹더니 그것마저도 안먹었다. 아무것도 안먹었다. 그러다 굶어 죽을 것 같았다. 의사가 때가 된 것 같다고 더 이상 수술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난 안락사를 택했다. 굶어 죽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의료비도 만만치 않아서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울면서 반대했지만 가비를 위해서 최선이라고 설득했다. 수의사는 먼저 수면제 주사를 놓고 가비가 깊은 잠에 빠지자 잠시 있다가 안락사 약을 주입했다. 15분정도 걸렸다. 보기엔 아주 편하게 간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을 때 애들이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그 후로 우린 1년여간 가비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애들이 이름만 들어도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이 글을 쓰는 내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후로 나는 다시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다. 잘 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서….

튤립(lks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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