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기준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V라인 형 얼굴형을 선호한다. 갸름한 얼굴형에 부드러운 인상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V라인이 우리나라의 미적 기준이 된 것이다. 반면, 북한에서 v라인은 빈곤의 상징이다. 고난의 행군 시절 수십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는데, 이때 이후 v라인은 가난을 U라인은 부를 상징하게 되며 U라인이 북한의 미적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나라별로 선호하는 미적 가치관이 다른 이유는 문화와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전통적 미의 기준에서부터, SNS의 바람을 타고 유행하는 몸매 인증 챌린지까지 중국의 美에 대해 알아보자.
고대 중국의 미적 기준
중국의 4대 미녀로 알려진 월나라의 서시, 한나라의 초선과 왕소군, 당나라의 양귀비 이야기는 현재까지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초상에 담긴 이들의 아름다움은 현대의 시각으로 판단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고대 중국에는 이들과 같은 미인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었다고 한다. 그 기준은 무려 10가지에 달한다.
① 옥지소완(玉指素腕): 손가락이 가늘고 옥같이 아름다워야 한다
② 세요설부 (細腰雪膚): 눈처럼 흰 피부과 가는 허리
③ 연보소말(蓮步小袜): 전족을 한 여인의 작은 발 ④ 홍장분식(紅粧粉飾) : 하얀 분과 빨간 색조로 곱게 화장한 얼굴 ⑤ 기향패훈(肌香佩薰) : 피부에서 발산하는 향기
⑥ 오발선빈(烏髮蟬嬪): 머리는 까마귀처럼 검으며 숱이 많아야 하고 동시에 윤기가 흘러야 한다.
⑦ 운계무환(雲髻霧環): 구름처럼 높게 튼 머리와 머리 장식
⑧ 아미청대 (蛾眉靑黛): 누에나방처럼 예쁜 초승달 모양의 눈썹
⑨ 명모유반(明眸流盼):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와 눈짓
⑩ 주순호치(朱脣皓齒): 붉은 입술과 흰 치아
이전에는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었지만, 명나라 말 이후부터 위와 같이 매우 구체적으로 기준이 표준화되기 시작했다. 미에 대한 기준이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정립되어있었기에, 고대 중국의 미적 가치관은 획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4대 미녀(출처: 구글)
현대 중국의 미적 기준
현대의 중국도 새로운 “美”의 면모를 보인다. 중국의 성형 시장은 2011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중국의 리서치기관 쯔옌자문정리(智研咨询整理)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중국의 성형 시장 규모는 3,490억 위안이었는데, 2019년에는 규모가 2배 이상 성장해 총 규모 8,280위안에 육박했다. 이는 중국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또 투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증가 추이다.
현대 중국은 고대와 같은 듯 다른 미적 기준을 추구한다. 일산백병원 성형외과 이승철 교수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인종별 매력적인 얼굴’ 논문에 따르면, 현대 중국이 추구하는 미인은 갸름한 턱과 비교적 좁은 광대가 기준이 된다고 한다. 중국의 대표 미인으로 꼽히는 배우 판빙빙, 탕웨이가 기준에 부합하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국내 성형외과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성형 수술은 안면 윤곽 수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갸름한 얼굴형을 선호하는 중국의 미적 가치관이 투영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아이디 병원의 박상훈 원장은 “우리 병원 외국인 환자의 70%는 중국인이다. 판빙빙처럼 얼굴을 갸름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중국인 환자가 많다.”고 밝기도 했다. 이외에도 쌍꺼풀 수술과 코 수술 역시 인기 있는 수술이다.
몸매 자랑을 위한 이색 챌린지
한편 몸매에 대한 기준 역시 새롭게 양산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몸매 인증샷“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인증샷 및 챌린지는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각종 해시태그와 함께 여러 사람에게 공유된다.
가장 큰 이목을 끌었던 챌린지는 이른바 “A4 허리(A4腰)”로 불리는 인증 챌린지다. A4 용지를 세로로 세워서 허리를 가려 가녀린 허리라인을 인증하는 방식이다. A4 용지의 폭은 21㎝로 약 19인치의 허리둘레를 가진 사람만 인증이 가능하다. 중국의 유명 배우 위안산산과 치웨이가 챌린지에 참여하며 더 큰 관심과 참여를 불러오기도 했다. 손을 등 뒤로 돌려서 자신의 배꼽을 만지는 인증샷을 찍는 “밸리 버튼 챌린지(反手摸秀身材)”와 더불어 개미허리를 인증하는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중국의 “A4 허리(A4腰)” 챌린지(출처: 네이버)
깊은 쇄골을 통해 마른 몸매를 인증하는 챌린지도 있었다. “쇄골에 동전 올리기(锁骨放硬币)” 챌린지는 쇄골에 더 많은 동전을 올릴수록 마르고 날씬함을 증명할 수 있어 유행했다. 같은 맥락의 챌린지로는 “쇄골에 물고기 넣기”가 있다. 어깨선에 움푹 파이는 공간이 얼마나 깊은지를 인증하기 위해, 본인의 쇄골 안에 물을 채운 후 물고기를 담는 것이다. 쇄골의 깊이에 따라 물고기가 움직일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물고기의 모습을 통해 본인 쇄골의 깊이를 자랑할 수 있다.
“쇄골에 물고기 넣기” 챌린지(출처: 네이버)
이 외에도 얇은 손목을 인증하기 위해 100위안 지폐를 손목에 감는 “백 위안 손목 챌린지 百元手腕” , 나아가 최근에는 1위안 동전으로 얇은 손목을 자랑하는 “1위안 챌린지 一元硬币手”, 등 여러 챌린지가 유행했다.
1위안 챌린지(출처: 바이두)
과열되는 몸매 인증샷, 일각에선 우려도
SNS 문화가 확대된 사회적 배경에,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더해져 이와 같은 인증샷 챌린지가 지속적인 유행이자 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의 기준이 획일화되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존재한다. 유쾌한 “인증 놀이”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마른 몸매에 대한 강박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4 허리” 챌린지가 유행했을 때, "폭 21㎝의 허리는 건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라며 챌린지를 향한 네티즌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A4waist' 또는 '#A4waistchallenge'의 해시 태그와 함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서 챌린지를 비난하는 글이 상당수 게재됐다고 한다.
A4 허리 챌린지를 향한 네티즌의 비난(출처: 네이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다만 사회에 의해 기준을 강요받아 타인의 시선에 구속된 아름다움을 좇아서는 안 된다.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사람들 모두 자신에게 맞는, 자신을 만족시키는 진정한 “美”적 가치관을 찾아 건강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학생기자 서은진(저장대 국제경제무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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