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홍콩 임산부들이 중국 산모들의 원정출산 붐으로 병실에서 계속 밀려나자 드디어 분노가 폭발했다.
홍콩 임산부 60여명은 19일 도심에서 `홍콩임산부 권익쟁취 대행동'이라는 가두행진을 갖고 정부청사 앞에서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고 중국인 임산부의 원정출산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시위까지 벌이게 된 것은 중국인 산모들이 대거 홍콩으로 몰려오는 바람에 홍콩내 공립병원의 산부인과 병실이 부족해지고 의료서비스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
직접적으로는 이달초 분만 진통으로 병원에 간 홍콩 임산부 한명이 병상 부족으로 병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관찰방에서 머문 뒤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다 유산했던 일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중국 산모의 친척, 친구들이 심야 회진시간에도 병실을 떠나지 않고 시끄럽게 떠들어대거나 병실부족으로 복도나 화장실 옆에 지내면서 사람들이 오가는 속에서 수유를 해야 하는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한 출산실에서 세명의 임산부가 한꺼번에 분만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셋째 아이를 임신해 병원에 입원한 찬(陳)모씨는 "좌우 병실에서 푸퉁화(普通話.중국어) 소리만 들린다. 중국인 임산부가 홍콩 공립병원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홍콩 위생복리국은 임산부들의 분노에 중국인 산모들의 입원보증금과 출산비를 늘리는 한편 병원비를 납부한 후에야 퇴원이 가능하게끔 하는 방안을 마련,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산모의 원정출산은 홍콩 정부에게도 큰 골칫거리중 하나다. 정작 홍콩인들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중국 산모의 홍콩행 바람으로 공공병원 업무가 과중해지고 의료재정의 적자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중 10%는 병원비를 내지 않고 잠적해 버려 의료재정 손실도 적지 않고 최근엔 기형아 등 선천성 질병을 지닌 신생아를 낳고서 홍콩에 유기하고 가는 일도 두차례나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