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중국의 외환당국이 지난해 7월 21일 8.2765위안에서 8.11위안으로 2%가량 떨어뜨린 뒤 조금씩 하락해 왔으나 요즘 같은 가파른 하락세는 예사롭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27일 고시한 위안-달러 환율은 7.8402위안으로 사상 처음 7.85위안 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30일엔 7.88 선이, 지난달 27일엔 7.89 선이 처음으로 붕괴됐다. 한 달 만에 위안화 환율이 무려 0.6%나 떨어진 셈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7월 환율개혁 이후 8.1에서 8.0까지 내려오는 데 9개월이 걸렸으나 7.9까지 하락하는 데는 4개월로 아주 짧아졌다. 최근엔 2개월 만에 7.85 선 아래로 떨어져 위안화 가치가 어느 때보다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환율 개혁 이후 위안화 가치 누적 상승분은 3.44%로, 환율 개혁 당일 조정 폭 2.01%를 합치면 1년 4개월 사이에 5.45%나 올랐다.
위안화 강세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달러화의 약세다. 당초 3.6%로 예상되던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1%로 떨어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달러화 약세가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음 달 12일 벤 버냉키 FRB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함께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위안화 환율 급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방문은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뒤 이뤄지는 첫 방문이어서 미 대표단은 어느 때보다도 위안화 절상과 외국인 투자 제한 철폐, 지적재산권 보호, 무역역조 해소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런민은행 우샤오링(吳曉靈) 부행장은 “중국의 금융체제가 건전하지 못하고, 경제구조가 충분히 합리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하는 것은 사회, 경제생활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해 급격한 환율 변동에 부정적인 의사를 명백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