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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그 할아버지들의 밤은 우리의 낮보다 시끄럽다

[2021-10-15, 15:47:52] 상하이저널
밤 10시, 삐이걱삐이걱, 덜컹덜컹, 아….시작되었다. 포크레인, 불도저, 지게차들이 슬슬 준비를 한다. 봄부터 시작되었으니 얼추 6개월이 되어 가나보다. 소문에는 이 일대 도로 하수 시설 공사라고 했다. 여름마다 한바탕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면 도로가 침수되기 일쑤였다. 몇 년 전, 종아리까지 오는 물길을 헤치고 멋모르고 외출했다가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란 적이 있었다. 내 다리 주위에서 개구리들이 맹렬하게 헤엄쳐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개구리가 세상에서 가장 징그러운 나에게는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도로 침수를 대비한 하수공사는 대환영이었다. 

문제는 이 중요한 일이 밤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집이 도로변에 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낮에는 탁 트인 시야와 여과되지 않은 청정 햇살을 누리는 대신, 밤에는 지척의 공사 소음과 먼지도 함께 떠안아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자려고 누웠다가 공사 소음에 몇 번씩 벌떡벌떡 일어났다. 오늘 밤은 얼마나 잠을 설치게 될까. 중국인 주민들은 민원이라도 넣었을까. 아직까지 항의하는 소리나 고함을 듣지 못했다. 평소에 목소리 크던 중국 할머니들은 다 어디 가셨나. 그런데 항의를 한들 무슨 소용일까, 이 공사는 마쳐야 하는 것을. 차량 이동이 없는 야심한 밤이 아무래도 낫겠지. 드르르르르, 쾅쾅, 번쩍번쩍 하는 불빛까지 느끼며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잠이 들었다. 아침 6시, 푸석푸석한 얼굴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온 사위가 고요했다.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공사 현장의 인부들과 마주쳤다. 그 동안 안전모와 주황색 작업복을 본 적은 많았지만 그들의 얼굴까지 자세히 볼 일은 없었다. 그 날은 우연히 한 인부와 눈이 마주치고 흠칫 놀랐다. 그 인부는, 아니 그 할아버지는 족히 일흔은 넘어 보였다. 얼굴의 주름살이나 굽은 등이 영락없는 노인이다. 주변을 보니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뼈만 남은 깡마른 몸에 표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만 얼굴들. 밖에서 보낸 험한 세월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요즘 젊은 농민공들은 고된 건설 현장보다 서비스직을 선호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여전히 흙먼지 날리는 길바닥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을 보니, 소설 ‘인생’의 푸구이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세상 온갖 풍파를 다 겪고 나서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허허 웃으며, “인생 뭐 별거냐, 태어났으니까 그냥 사는 거야” 라고 한마디 툭 던질 것 같은. 공사장의 인부들도 내 눈물을 쏙 빼내었던 푸구이 할아버지나 그 동네 친구들 같은 인생을 살아왔을까.

새 학기부터 큰 아이는 농민공 자녀들을 위한 학교에 가서 중국어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는 농민공이 누구를 칭하는 지도 모르고 그저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신청을 한 듯 했다. 우리 집 근처 도로 공사하는 사람들도 농민공이라고 알려주면서 나도 아이도 농민공을 현실로 느끼게 되었다. 아이는 방과 후에 거리가 꽤 되는 그 학교까지 다녀와야 하는 것을 힘들어 하기는 하지만, 신경 써서 자료 준비도 하는 것 같았다. 다녀와서는 인상적이었던 것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자신의 실수도 고백해서 가족들이 한바탕 웃기도 했다. 

우리의 인생에 농민공이 들어오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다. 주민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의 주범이라는 생각만 했었다. 인생에서 이렇게 저렇게 인연을 맺게 되는, 결국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어느 덧 요란한 밤에도 적응이 되었다. 

레몬버베나(littlep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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