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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도시 읽기- 술집 Ⅳ:

[2006-12-04, 23:01:04] 상하이저널
새로운 오리엔탈리즘 Toward to New Orientalism 8세기 당나라 수도인 장안. 사람들은 풍요로운 도시 안에서 새로운 이방의 문화를 즐기고 있다. 이란식의 모자를 쓰고,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은 채, 봄나들이의 흥취를 만끽하고 있다. 어둠이 시작 될 무렵 귀족들은 서역에서 온 백마를 타고 짙은 색의 화장으로 잔뜩 멋을 부린 이란계 여성들을 찾아 모여든다. 이것이 1300년 전 중국의 모습이다. 아마도 이때 한창 번성했던 실크로드를 통한 문물 교역으로 인한 것이었을 것이다.

현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중화사상이라는 중국 자국문화 우월주의의 실제적인 모습과는 실제 많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중화 사상이라는 것이 춘추중국시대의 혼란기를 통합한 진시황의 패권장악으로 말미암아 이데올로기전쟁에서 승리한 법가 사상이 결국 분서갱유를 유발하게 되고, 지나친 독재로 인한 진나라의 몰락 이후, 중국인들은 독재 보다는 교화에 그 통치 이념을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그런 연유에서 한나라에 이르러 채택된 유가사상은 중화사상의 배경이 된다. 그 후 송나라 성리학을 거치면서 완성된 중화사상은 문화현상에 대한 우월주의라기 보다는 통치이념 혹은 이데올로기로서 그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현지에 꽤나 오래 거주한 한인들조차 으레 "확실히 중국인들은 중화사상이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중화사상은 어디까지나 통치적 이념에 불과한 것인지 중국의 보편적 문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중국인만큼 일찍이 다른 문화를 개방한 민족은 없다. 오히려 청나라를 거치면서 유학을 하는 민족은 오직 조선밖에 없었기 때문에 중화사상은 되려 우리들에 의해 그 명맥이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왜곡된 시선으로 타 문화를 읽는 것들 중의 대표적인 오류가 서양인들이 중국과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인 '오리엔탈리즘'이다. 동양은 비과학적이며, 비합리적이며, 서양에 비해 아주 낙후된 문화권으로만 보고 있는 인식론이다. 미국 영화는 항상 중국인을 쿵푸를 하는 마약상으로 등장시키고, 중국 도시는 지저분한 곳으로 그려져 있는 등, 이런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의 제국주의에 따른 식민지경영에 가장 큰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런 서양인들이 여기 상하이의 술집들을 방문하면서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 화려함과 자유로움에 놀란 서양인들은 영화에서 마냥 보아왔던 중국 인민군복의 인식을 털어버리는 계기가 되곤 한다. 이처럼 상하이의 술집은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을 생산하는 전초기지와도 같은 셈인 것이다.

얼마 전 숙명여대 학생들이 상하이로 와서 특강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특강대신 나이트클럽인 Park 97로 인솔해서 놀게 한적이 있다. 가이드를 통해 온종일 본 것들이 결국 앞서 말한 오리엔탈리즘의 연속일 터. 그들에게 중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던 의도였다.

흔히들 중국을 양파껍질에 비유하곤 한다. 벗기면 벗길수록 다양한 중국의 문화를 비유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양파껍질은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정확히 모법답안만을 알려고만 하는 우리의 태도가 양파껍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 테다. 편견만큼 무서운 폭력은 없다고 했다.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결국 차별을 만들어 내는 법. 한번쯤 곰곰이 상하이의 술집에서 우리와 같은 점이 무엇일까라는 동질성을 찾아 보면 어떨까?

하지만 형태가 같은 동일성이 아닌 그 현상의 본질이 같음을 찾아 보는 동질성의 탐구. 아마도 여태껏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학습 받아온 문화적 이념들을 벗을 수 있는 방법이 될 법도 하다. ▷김승귀(건축비평가)
건축비평가 AIDIA 국제학회 평론위원장 및 편집장. 도시매거진 ‘시티몽키’의 창간 및 편집주간. 현 동제대 객원연구원. wansworth@hanmail.net
sativa@hanmail.net    [김승귀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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