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1일]
개혁개방 정책 이후 1980년대와 90년대 중국 경제를 견인했던 개인 자영업자인 거티후(個體戶)가 몰락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거티후를 관리하는 국가 공상관리총국에 따르면 1999년 3천1백60만명이던 거티후가 지난 6월말 현재 2천5백5만7천명으로 줄었다. 7년 동안 6백50만명 가까이 준 셈이다.
중앙당교 정책연구실 저우톈융(周天勇) 부주임은 “거티후가 (진입 문턱을 올린) 정부 규제라는 혹독한 시련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국이 과거 거티후의 지위를 헌법에 삽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챙겨주던 것에서 이제는 사회 불안 세력처럼 무시하는 등 대접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구두를 닦거나 자전거를 고치려면 반드시 공상관리국에 등록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부 도시에서는 넝마주이도 허가를 받고, 동일한 제복을 입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티후가 정식 허가를 받으려해도 까다로운 수속 절차와 오랜 기간 심사로 진을 뺄 각오를 해야 한다.
베이징 시 공상국은 시장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이유로 지난 6월 주거용인 아파트를 사무실로 쓰거나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거티후가 장사를 하려면 임대료가 훨씬 비싼 상업지역에서 사무실이나 점포를 빌려야 한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는 21일자에서 “거티후의 몰락이 중국 사회의 불안을 가중시킨다”며 “과거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다가 지금은 누구든 관리하겠다고 달려들어 거티후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전경련’인 전국 공상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당국의 번잡하고 잡다한 수금이 거티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일부 지방 거티후의 경우 당국에 내야 하는 준조세가 375종에 이른다. 여기에 각종 찬조금과 당국이 할당하는 관영 신문·잡지 구독비까지 포함하면 허리가 휜다.
중국은 비즈니스 활동 편리성 부문에서 세계 175개국 가운데 93위, 창업 편리성에서 128위로 평가됐다. 양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환경은 한참 뒤처졌다는 뜻이다. 거티후가 장사하기 어려운 사정을 단적으로 반증해주는 대목이다.
중국 사회학자들은 거티후 몰락이 중산층 붕괴로 이어지고 결국은 상류층과 하류층이 함께 줄고 중산층이 늘어나는, 안정적인 타원형 사회구조를 만들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