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모단정, 키 163~166㎝, 몸무게 55㎏ 이하….” LG생활건강이 지난해 12월 중순 상하이(上海)의 한 취업 전문지에 화장품 판매요원 모집 공고를 내면서 이런 구절을 넣었다가 중국 언론으로부터 혼쭐이 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신문, 경제시보, 남방주말 등 중국 내 주요 신문들이 ‘노골적인 취업 차별’ 등의 제목을 달아 LG를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여성 취업자를 용모에 따라 차별하는 행위라는 주장입니다. 일부 신문은 “자기 나라에서는 건전한 기업이 중국만 오면 추악한 모습으로 변한다”고 격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진출 10년째를 맞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고급 화장품 브랜드 ‘오휘(OHUI)’를 상하이 시내 주요 백화점에 입점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모집 공고도 백화점 점포에서 일할 전문 판매요원 5명을 뽑기 위해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년 이상 고도 성장을 계속 해 오면서 중국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깜박 잊은 것 같습니다.
최근 2~3년 사이 중국에서는 현지 진출 외국기업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 화장품 SK-II가 유해물질 검출 논란에 시달리며 혼이 났지요.
이번 모집 공고도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의뢰를 받아 ‘반(反)취업차별법’ 초안을 만들고 있는 조사연구팀으로부터 대표적인 취업 차별 사례로 적발됐습니다.
LG생활건강 상하이법인은 다음번에는 이 같은 자격제한 규정을 빼고 취업 공고를 내기로 했습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용모 제한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다음부터는 빼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에 이번 논란이 남의 얘기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