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자로 구성된 새로운 인터넷 최상위 도메인(TLD, Top Level Domain)을 만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어가 아닌 새로운 다국어 도메인 시스템(IDNs:International Domain Name System)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IDNs 체제를 내세우는 측과 기존의 DNS를 고집하는 쪽은 중국, 유럽연합, 인도 등 신흥 인터넷 사용 국가들과 미국 양편으로 나뉘어 본격적인 실력대결까지 벌일 태세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국가간, 지역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등 사태가 격화될 전망이어서 우리나라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중국 신식사업부는 지난 1일 한자로 구성된 中國(.cn), 公司(.com), 網絡(.net) 등 최상위 도메인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자국민들로 하여금 미국과 국제도메인감시기구(ICANN)의 통제를 받는 외국 서버나 최상위 도메인 컨트롤 시스템을 거칠 필요없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발표가 나오자마자 전세계 인터넷 전문가들은 중국이 기존 DNS 체제가 아닌 자기 고유의 DNS 체제를 만들겠다는 오랜 야심을 현실화시킨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튀니지에서 열렸던 세계정보화정상회의에서도 “자국어를 사용할 수 없는 DNS는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하에 움직이는 ICANN의 독재에 불과하다”면서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을 위해서는 IDNs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EU도 이 같은 중국 입장에 동조하며 “미국과 ICANN 중심의 인터넷 운용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 그야말로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IDNs 체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주장해왔다.
여기에 1억명 이상의 인터넷 사용인구를 가진 인도와 브라질, 파나마 등 반미 정서가 강한 라틴아메리카, 제3세계 국가들까지 가세하면서 IDNs에 대한 도입 주장이 확산됐었다.
한편 미국과 ICANN은 “IDNs 도입은 똑같은 이름의 도메인을 사용언어만 달리해 등록, 결국 최초 도메인 소유자와 유명 브랜드 기업들의 도메인 유사등록으로 상표권과 권리를 침해하는 ‘무정부적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끝없는 도메인스쿼팅 사태와 시장의 무질서, 무정부 사태만 조장하는 IDNs 도입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게 미국과 ICANN측의 반대 이유인 셈.
결국 양쪽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정보화정상회의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폐막됐다.
이처럼 DNS와 IDNs 도입 세력간의 대립은 인터넷이 이제는 발생 초기의 ‘국경없는 정보이용’의 장이 아니라 국가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새로운 국제정치 지형으로 변모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 도메인 기업 가비아(www.gabia.com) 김홍국 대표는 “중국과 유럽연합의 IDNs 도입 일정이 앞으로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미국주도의 DNS정책을 고수하기 보다는 국민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글도메인체계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