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수백~수천달러 물쓰듯
▲ 상하이 고급 레스토랑 `장 조지 & 쿠폴라`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중국에서 밸런타인 데이는 퇴폐적인 서구 문화라며 비난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 상하이에서는 서구 못지않게 사치스러운 밸런타인 데이를 즐기는 상하이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하이 은행가인 리차드 판(37)은 밸런타인 데이에 부인에게 4만위안(5146달러) 상당의 까르티에 손목시계를 사줄 계획이다.
리차드 판은 "나는 1만위안(1300달러)에서 2만위안(2600달러) 정도 드는 저녁 식사보다 매일 쓸 수 있는 선물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하이 호텔들도 연인과 부부를 위해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느라 분주하다. 밸런타인 데이 당일에 와인을 곁들인 만찬과 개인 콘서트, 리무진 서비스가 1000달러에 나왔다. 지난해에는 상하이 황푸강을 고급 요트로 유람하는 밸런타인 패키지의 가격이 2만4000달러로 책정되기도 했다.
JW메리어트 호텔의 매니저인 조안 판은 "상하이의 부자들은 특별한 날에 남다른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레스토랑들도 단 둘만의 저녁식사를 기획해 고가에 내놓고 있다.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 10인 가운데 한 명인 프랑스 요리사 장 조지가 상하이에서 운영 중인 `쿠폴라`는 수익금을 자선 기부키로 하고, 룸에 즐기는 단 둘만의 밸런타인 데이 식사를 최하 5000위안(645달러)에 경매에 걸었다.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들이 밸런타인 데이에 모두 다 예약된 것은 아니다. 밸런타인 데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중국 고유의 명절을 더 소중히 여기는 중국인 부유층들도 많다.
보통 중국인들은 밸런타인 데이 4일 뒤에 시작되는 춘절(구정)에 많은 가족·친지들과 함께 쓰기 위해 돈을 아낀다. 또 밸런타인 데이보다 음력 7월7일을 더 의미있게 보는 젊은이들도 있다.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paperc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