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전 장관이 산문집 <서른의 당신에게>를 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출판회에서 강금실 전 장관은 "조금 먼저 와서 한숨 돌리듯 나이 오십의 내 작은 이야기들이 같이 숙제를 풀어가듯이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신문기사에서 보고 마음이 찡해졌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승승장구 하던,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선망해 마지 않는 그녀도 죽을 것 같던 시기를 보냈다는 사실도 의외인데다가 힘들었던 시기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사실과 이제는 인생의 구비를 돌아보며 쓴 이 책이 아직도 치열하게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보고 괜한 위안을 얻었다. 누구에게나 삶은 흔들리며 다가가는구나 싶은 동질감과 외로움이 가중하는 상하이 생활의 어려움까지 위안 받는 기분이었다면 너무 `오바'인가?
그러나 상하이에서 살다 보면 많은 주부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을 보게 된다.
늘 머리를 써야 하는 시댁이나 친정 문제도 없는데다가 몸으로 뛰어야 하는 친인척 대소사까지 대부분 `FREE' 인데다가 가사노동까지도 아줌마에게 맡기고 보면 아줌마들이 정말 할 일이 없다.
그나마 아이들이 어리면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하루 해가 짧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벌써 엄마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너무도 넉넉하다. 가족들 모두 아침 일찍 모두 가 버리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종교 활동을 하거나 운동, 쇼핑을 하거나 그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혼자 지내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라도 있다면 멋있는 곳, 맛있는 곳을 찾아 상하이 순회를 하겠지만 아이들 교육비 내고 부족한 과목 보충이라도 시킬 양이면 자신을 위해 과감히 돈을 쓸 수 있는 주부들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마음이 우울하거나 언짢은 일이 있어 누구에게라도 상담이라도 받고 싶어도 이 좁디 좁은 상하이 바닥에서 어디 소문이라도 잘못 날까 싶어 수다 한마디에 풀어질 일도 풀어 놓지 못하고 그저 꿍꿍 속으로만 앓게 된다. 이러다 보니 겉보기에는 명랑하고 싹싹하다고만 생각했던 사람이 심한 우울증 때문에 한국으로 치료 받으러 갔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게 되는 일도 생긴다.
이렇듯 상하이 생활 중 가장 아쉬운 것은 친구가 없다는 것 같다. 새로이 배려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친구들 말고, 이미 많은 시간과 추억을 공유하여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는 친구말이다.
그냥 한마디만 해도 모든걸 알아 들을 수 있는 추억과 경험을 공유한 사람이 없음으로 인한 외로움은 사실 너무 크다. 한국 한번 떴다 하면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 압박에도 기회만 있으면 한국으로 가고 싶은 것은 그 동안 함께 나눈 모든 추억들이 한국에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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