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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가 원망스러워

[2007-04-04, 01:05:09] 상하이저널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사용하는 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장면을 보면 그 필름이 한정되어서 인지 영상에 비치는 장면들이 거의 비슷비슷하다. 윗도리를 벗기고 질질 끌려가거나 몽둥이로 맞는 모습, 일렬로 길바닥에 쭈그려 앉힌 모습 등.

나는 언제부터인가 당시 필름을 볼 때마다 그 시대의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 그 때는 저렇게 머리를 아무렇게나 기른, 심하게 말하면 거지꼴이 유행이었지. 아마 80년대 초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당시에는 무스도 젤도 흔치 않던 시절이라 긴 머리를 멋내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대책없이 머리를 길렀었다. 남들이 보면 공무원으로 보일 만큼 머리가 조금만 자라도 짧고 단정하게 쳐내고 마는 내 남편만 해도 대학 때 찍은 사진을 보면‘어째 이러고 다녔을까?' 싶다.

영화 <왕의 남자>가 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이준기라는 예쁘장한 배우를 알게 되었다. 긴 머리와 오똑한 코, 앵두같이 자그마한 입술이 여자보다 더 예뻤다. 왕의 남자 덕분에 그해 여름은 그가 광고한 시큼한 음료를 많이 마시게도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남자들 뒷머리가 여자 이상으로 길어지게 되었다. 남자 가수들도 모두 꽃미남이 아니면 안 되었고, 퍼머하여 손질한 머리는 뒤에서 봐서는 성별을 가늠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런 한국에서의 유행이 상해라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들은 그다지 외모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작년 여름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퍼머를 하게 되었다. 주말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는 여자 친구들의 ‘조선족 아줌마’같다는 놀림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머리를 기르더니 이제는 뒤의 목덜미에 늘어지는 머리가 엄마의 머리보다 길 지경이다.

얼마 전,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야외콘서트를 하게 되었다.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부는 아들을 보기 위해 인민광장으로 향하던 나는 그 많은 애들 중에서 아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광장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똑같은 복장을 한 오케스트라단과 합창단, 중창단이 섞여 있어서 눈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곧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한쪽에 머리 길게 기른 한국 학생들이 모여 있는 무리는 바로 아들의 헤어스타일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날 유심히 둘러보니 그렇게 뒷머리를 기른 것은 한국 애들 밖에 없었다.

"남자애들이 다 머리를 기르는데 우리 애만 뒷머리를 이렇게 짧게 깎으니 촌스러운 것 같다*며 이제 길러줘야 할까보다는 옆집 아줌마의 말을 들으며 그래서 유행이라는 게 있나 싶다. 교민 신문에 실린 한국학교 졸업식 사진을 보니 그애들도 하나같이 머리를 기른 모습이었다.

언제는 긴 머리의 남자가 없었던가! 산속에서 도자기를 굽거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종종 보았지만 이렇게 대부분의 남자애들이 유행처럼 뒷머리를 기르는 것도 특이한 이 시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서랍에서 2년 전에 찍은 아들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 속의 아이는 도토리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웃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우리 아들은 깔끔하고 단정한 머리가 어울린다. 그런 애가 미장원에 가면 뒷머리를 손도 못 대게 한다. 언제쯤 다시 새로운 유행을 선도할‘그분’이 나타나겠지만 지금은 애꿎게도 이준기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포동 아줌마(delpina@cho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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