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옛날부터 풍수와 관련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으며 특히 남방지방은 풍수에 더욱 애착을 보이는 편이다. 풍수지리가를 청해 사무실이나 건물의 풍수를 보고 주택 구입, 인테리어, 물품 배치 등도 풍수에 따른다. 전하는데 의하면 중국 어느 한 도시의 호텔은 풍수지리가의 건의에 따라 로비 전체를 붉은 색으로 도배했다고 한다.
상하이는 근현대사에서 와이탄 고층건물에서 난징루의 융안(永安), 시엔스(先施), 신신(新新), 다신(大新) 등 회사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건물들이 건축 초기 풍수와 관련된 신비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상하이 풍수이야기 가운데서 소문으로 많이 알려진 것은 용을 새긴 고가도로 기둥으로, 옌안고가도로를 따라 시중심쪽으로 달리다 보면 쉽게 눈에 띈다. 옌안루와 청두루(成都路)가 교차하는, 동서와 남북 고속도로의 교차지점을 떠받치고 있는 이 기둥은 백색 철판을 두르고 그 위에 황금빛 용 도안이 새겨져 있다. 도시 곳곳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민무늬 원형기둥과는 사뭇 다른 특이한 형상이다. 기둥에 용의 도안을 새긴 특별한 사연은 무엇일까?
지난 90년대 중반 옌안루고가와 청두루고가를 건설하기 시작해 하루가 다르게 진척되고 있던 중, 동서와 남북 고가도로 교차점에서 문제가 생겼다. 교차지점에 기둥을 박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진 애를 써도 땅을 뚫을 수가 없었던 탓에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지질자료를 뒤져보아도 상하이는 복잡한 지층을 가진 구조가 아니어서 전혀 문제가 될만한 것이 없었다. 전문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기술과 방법을 총동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둥을 박아 넣을 수가 없었고 공사는 난항에 부딪쳐 일단 중단되고 말았다. 각종 기술적인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시정부 관계자들은 결국 상하이 한 절의 주지스님(高僧)을 부르게 되었다.
현장을 둘러본 고승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으나 대신 자신은 명이 단축돼 오래 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고승이 제를 지낸 뒤 비로소 그 자리에 기둥을 박을 수 있게 되었고 과연 얼마 안돼 고승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고승이 시정부관계자와 공사건설 관계자 몇 명에게만 구체적인 해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알려지나 그 상세한 내막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자리는 풍수에서 백룡(白龙)의 자리이며 백룡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제를 지내고 기둥에 용의 도안을 새겨 넣은 것이라 전해진다. <다음 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