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살면서 갑자기 우울해질 때가 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상하이에서 귀족처럼 살면서 무슨 걱정과 불만이 있어 우울해지냐고 말하지만 지루한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루하다는 것은 사람의 영혼을 좀먹는 것 같다. 게다가 상하이 생활에서 가장 부족 한 것으로 마음을 터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주는 상실감이다. 내 맘처럼 자라주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하거나, 남편과 사소하지만 다른 의견 대립으로 속이 상할 때도 그냥 속으로 삭혀야만 하는 현실이 상하이 생활을 외롭게 한다. 수다 몇 마디면 풀어질 정도의 속상함이지만 자칫 말을 잘못 꺼냈다 교민사회에 문제 많은 아이들로, 문제 많은 부부로 회자 될까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이다.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버지니아 공대의 참사도 결국은 외톨이로 지내야 하는 외로움이 가장 근원적인 원인이라는 분석기사가 나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15년을 살면서도 친구하나 사귀지 못하고 외톨이로 지내며 쌓인 것은 분노와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었을 것이라고 하니 사건의 당사자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만큼이나 가슴이 서늘해지는 말들이다.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외로움으로 인한 상실감을 아이들이 느끼지 않도록 아무쪼록 모든 부모들이 더욱 분발 해야 할 때인 것 같다.한국어가 아닌 중국어나 영어로 힘겹게 공부를 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어른들의 몫으로서 말이다.
호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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