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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아름다운 섭이 엄마

[2007-05-09, 22:42:26] 상하이저널
"따르릉, 따르릉"
이른 아침에 전화 벨 소리다.
"저, 섭이 엄마인데요. 제가 딸기 쨈을 조금 만들었는데 갖다드리고 싶어서요. 잠깐 들를께요."
"아니 그럴 필요까지... 아이(阿夷) 보내세요. 그러구 참 어떻게 저까지 챙기세요."
"아무튼 조금 있다가 뵈어요."

지난 해 한 동네에 사는 같은 교회 식구끼리 매 주마다 모임을 가졌었다. 날씨 좋은 날은 식물원으로 소풍을 가기도 하고, 때로는 동네 근처 스타벅스 커피숍에 모이기도 했었다. 외국에서 살아가며 겪는 여러 가지 삶의 문제들을 내어놓고 같이 고민하며 추스르는 귀한 나눔의 시간들을 가진 것이었다. 자연스레 모임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내가 모임을 이끌어가게 되었고, 이러저러한 삶의 경험들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는 시간들이 많았다. 아무쪼록 내가 겪은 동일한 문제에 이제 맞닥뜨리게 되는 젊은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나은 대안을 선택한다면 우리끼리 이루어 가는 이 작은 교민 사회도 더 밝아지지 않을까하는 작은 소망의 몸짓인 것이다.

섭이 엄마는 무척이나 예쁘장하게 생긴 편이며 살림도 얼마나 야무지게 하는지 모른다. 우린 자주 그 집에서 맛난 음식 먹는 것을 무척 행복해 했었다. 우린 같이 점심을 먹고 차 한 잔과 후식을 들면서 나눔을 하곤 했기에 이 집 저 집의 특유의 메뉴를 은근히 기대하곤 했던 것이다. 섭이 엄마는 한 가지 요리를 하더라도 풍성히 맛깔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남은 음식은 우리들에게 즐겨 나누어 싸주곤 했다.

작년에는 우리 동네에서 우리끼리 작은 바자회를 했는데 섭이엄마가 총진행을 맡아하면서 얼마나 세심하게,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기분을 잘 맞추어 가며 일을 했는지 모른다. 일도 매끄럽게 잘 진행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섭이 엄마의 아름다운 성품에 우리 모두 매료되었던 것이다. 모두들 올해도 다시 한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더욱이 아빠의 사업으로 인한 자금문제로 힘들어하는 이웃의 한 엄마에게 섭이 엄마는 아무도 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보낸 것이었다.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제법 큰 액수를 선뜻 빌려주어 사업에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나도 이 일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섭이 엄마는 행여 이 일이 알려질세라 조용히 일을 처리하여 자신의 선행을 숨기는 아름다운 미덕을 보여준 것이었다. 외국 땅에서 사업하면서 훈훈함과 외롭지 않음을 느꼈다고 그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했다.

그 섭이 엄마가 오늘 아침 전화를 한 것이다. 손수 만든 딸기 쨈과 분홍색의 양말 몇 켤레와 여름의 필수품인 썬 크림과 레이스가 나풀거리는 자수 손수건을 정성스레 포장하여 전해주고 갔다. 작년 한 해를 같이 보내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고, 인생의 선배에게 그 배움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하게 되었다고, 오가다 길에서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는 진심어린 마음이 가득 담긴 편지글을 동봉하였다. 특별한 날도 아니고 요즈음은 자주 만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까지 선물과 편지를 받고 보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신비한 아름다움이 섭이 엄마에게는 있는 것 같다.

▷진선정주부
(cmh888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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