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건강한 여름나기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소칸>
아마도 이 하이쿠의 저자는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이루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슬슬 모기가 날아다니고, 늦은 봄 바람 속에 열기가 섞인 것을 봤을 때는 여름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곧 다가올 여름, 우리 인체에는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지내야 할까?
여름은 사계절 중 만물이 가장 많이 번성하는 계절이다. 파릇파릇했던 새순은 여름을 만나면서 더욱 건강한 초록빛을 더해가고, 산천은 더욱 푸르고 무성해진다. 봄 동안 활발하게 워밍업을 시작했던 우리 몸의 리듬도 여름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가속화되기 시작한다. 오장육부는 풀가동으로 일을 하고 노폐물을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는 등, 사계절 중 신진대사가 가장 활발해지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은 어른보다 신진대사가 활발하여 체력 소모가 많고 속열이 많아 여름을 더 힘들어하는 편이다. 더위를 피하려다 혹은 더위에 지쳐서 냉방병이나 더위병을 얻기도 하고, 때 아닌 감기에 걸려 여름 내내 고생을 하기도 한다. 여름철 뜨거운 기운에 몸이 쉽게 상하고, 여기에 습한 기운이 더해지면서 기운이 빠지게 되고,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 쉬운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괜찮던 아이가 비가 며칠만 내려도 이유 없이 아프다고 하는 것도 이런 기후 탓이다. 그러므로 여름 건강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여름의 덥고 습한 기운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냉방병이나 더위병, 여름감기, 땀띠 등의 걱정 없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다.
▷의학전문기자 안상영 (푸동 함소아과 원장)
초기 감기증세 '냉방병' 의심
더위를 너무 피해 다녀서(?) 걸리는 냉방병은 여름철 과도한 냉방기기의 사용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면서 찬 기운이 싫어지거나 오한이 들면서 몸이 찌뿌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특히 실내외 온도가 5℃ 이상 차이 나는 환경에 갑자기 접했을 때 많이 생기게 되는데, 피부가 화끈거리거나 뜨거운 느낌이 들지만 땀이 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심하면 가슴 또는 배가 아프거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은 체온조절 기능이 약하여 냉방병도 잘 걸리므로,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지거나 기침을 하는 등의 초기 감기 증세를 보인다면 냉방병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여름철의 과도한 냉방이 특히 좋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바로 가을과 겨울에 비염이나 기관지 증상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여름이 제일 치료하기 좋은 계절이다. 바로 더운 여름에 활동량을 충분히 늘리고 땀을 배출하여 호흡기계의 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여름을 얼마나 잘 지내는지가 그 다음 이어지는 가을 겨울에 밀접한 관련이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법을 동병하치법(겨울병을 여름에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더위병, 심하면 혼절까지도
냉방병이 찬 기운이 원인이라면 더위병은 더운 기운이 원인이 된다. 흔히 `여름 탄다' 또는 `더위를 먹었다'고 하는 증세로 한방에서는 이를 `주하병'이라고 한다. 대체로 땀으로 배출되는 열량에 비해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거나 기운 또는 체내 수분이 부족할 때 잘 생기는데, 주 증상은 입맛을 잃으면서 물만 찾거나 머리가 자주 심하게 아프다고 하거나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걸음걸이가 무거워지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다.
특히 평소에 소화기계가 약한 아이들이 더위에 약하게 된다. 감기가 걸리거나 체력이 저하될 때에도 항상 위나 장의 문제가 발생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바로 이들이 여름철에 과도한 땀과 더위에 특히 조심해야 되는 경우에 속한다. 이런 경우의 아이들이 기력이 떨어졌을 때 먹는 것이 바로 삼계탕에 황기 등이 들어간 보양식을 복용하면 좋은 경우에 속한다.
그리고 또 다른 경우는 심장이 약한 경우다. 보통 이런 아이들은 먹는 것은 특별히 문제가 없고, 피부는 약간 검은 경우가 많으며 성격상으로 너무 조심스럽거나 약간 겁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심장이 약하다고 하는데, 여름의 더위를 먹을 경우에 1차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심장으로 특히 어지러움과 무력감, 두통, 심한 경우에는 혼절까지도 발생한다. 이런 아이들은 일반 음식이나 조리법으로 한계가 있어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다.
과도한 냉방도 배탈, 설사 유발
여름에는 음식물이 쉽게 부패하여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등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장염이 많이 발생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콜라 등도 배탈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주의할 것은 단순한게 음식 외에도 여름철이 과도한 냉방과 여름 감기로 인해서 증상이 변하면서 장염으로 간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많은 경우에 놓치게 되는데, 과도한 냉방은 단순하게 코나 기침의 문제만이 아니라 결국에는 장까지 문제를 유발하므로 적절한 온도 조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여름철 우리아이 이렇게 돌보세요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여름 기운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이 좋다. 덥다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어느 때보다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이므로 많이 뛰놀게 하고 적당히 땀을 흘리게 해야 한다. 특히 햇빛에 들어있는 비타민 D는 칼슘의 흡수를 도와 아이의 근골을 튼튼하게 한다. 너무 더워 외출이 두렵다면 창문을 활짝 열고 풍욕을 시키는 것도 좋겠다.
건강한 여름 나기를 위한 4대 수칙
① 바깥 기온과 실내 온도 차이는 5℃ 정도가 적당하다.
② 정기적인 목욕 외에 1∼2회 정도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한다. 샤워할 때는 지나친 찬물은 좋지 않고, 비누 사용은 자제하도록 한다.
③ 덥다고 옷을 벗겨 놓으면 땀이 차서 피부에 염증이 생긴다. 면 소재의 얇은 옷을 입혀 땀을 흡수하게 하고, 자주 갈아 입혀주면 더욱 좋다. 배에 이불을 덮지 않는 경우에는 설사를 하기 쉬우므로 배 부위라도 수건을 덮어서 재운다.
④ 식사 전·후, 음식물을 요리하거나 손으로 만질 때, 화장실을 다녀온 후는 항상 손을 씻는다.
여름 건강을 지켜주는 먹거리
여름을 지혜롭게 이겨내는 섭생법의 첫째는 과일과 채소를 듬뿍 먹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에 나는 제철 과일과 채소는 그 성질이 매우 냉하며, 수분과 전해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여 여름 건강에 제격이다. 특히 여름 열기에 비오 듯 땀을 흘렸거나 체력 손실이 많은 뒤에는 수박, 참외, 자두, 포도, 멜론, 토마토 등이 특효약이다.
반면에 평소 위장이 냉하고 배가 자주 아파서 설사가 잦은 아이라면 찬 과일보다는 잘 익은 토마토나 껍질이 부드럽게 벗겨지는 숙성한 복숭아나 바나나 등을 먹이는 것이 좋다. 빙과류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수박, 딸기 등의 여름 과일로 주스를 만들거나 과즙을 얼려 먹이는 것도 방법이다. 이와 함께 따뜻하고 기력을 돋우는 음식을 충분히 먹여주는 것이 좋다. 더운 기후와 달리 여름에는 속이 차가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