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생들이 다시 농촌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920년대 절망적인 농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식인들의 농촌 구제활동과 건국 후 마오쩌둥(毛澤東)식 사회주의 농촌 건설을 위한 대규모 '샤팡(下放)'에 이은 세 번째 농촌 회귀 붐이다. 이번 움직임은 마침 중국 공산당이 한국식 새마을운동인 '신농촌 건설운동'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 새 현상=베이징(北京)시는 지난달 5일부터 사흘간 교외 지역의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할 '대학생 공무원' 촌관(村官)을 뽑는다고 공고했다. 직선으로 뽑는 촌장(村長) 밑에서 농촌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직책이다. 대학생들은 모두 1200명이 응모했다. 베이징시와 산하 지자체는 이력서를 검토해 1차로 60명을 선발한 뒤 핑구(平谷).옌칭(延慶) 촌(村) 등에 배치했다. 촌장과 간부들의 환영 속에 7일 현지에 도착한 대학생들은 배급받은 자전거로 현지 실정 파악에 나섰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대학생들은 촌관으로 일하는 1~2년 동안 휴학을 한다.
◆ 확산 움직임=베이징시는 15일까지 촌관 지망생들을 추가로 신청받을 예정이다. 7월까지 모두 2000명의 대학생 촌관들을 운영할 방침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성과를 지켜 보면서 촌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인원을 8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하이(上海)와 광저우(廣州)시도 베이징시의 이 같은 대학생 농촌 개발 투입 방안을 도입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 중이다.
◆ 배경=베이징 인근 산탸오제(三條街)촌의 한 관리는 "우리가 받은 대학생은 과수 재배를 전공한 학생들이어서 마을의 과일 농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에게서 생산한 과일의 인터넷 판매 방법을 배우면 판매 증가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은 약초 재배 등 각자 전공 지식을 살려 그 지역의 생산.판매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침 공산당 지도부에 의해 신농촌 건설 운동이 추진되고 있어 대학생들의 쓰임새는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경제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대학생 취업난은 여전한 상황이라 대학생 촌관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지닌다.
◆ 과거와 다른 점=1920년대 지식인의 농촌 회귀 운동은 순수한 열정에 기반을 뒀다. 마오쩌둥 시대의 '상산샤샹(上山下鄕:농촌.오지로 가기)' '샤팡'은 공산당에 의한 반강제적인 운동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은 상당히 실리적이다. 대학생 촌관들은 해당 촌에서 한 달에 2000위안(약 26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괜찮은 국유기업의 초임과 맞먹는 돈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 대학생들은 나중에 국가 공무원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촌관 근무로 가산점을 받으면 정식 공무원이 되는 데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kjyoo@joongang.co.kr
◆ 샤팡(下放)=중국 공산당이 1957년 당 간부와 지식인들을 농촌 구제활동에 투입한 운동이다. 당과 정부.군 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고 농촌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60년대 문화혁명 시기에는 우익으로 몰린 지식인과 당 간부들의 정신개조운동으로 이용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