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민족산업에 대해 보호주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토착기업에 대한 불순한 외부 인수ㆍ합병(M&A)과 기업사냥에 강력한 차단막을 치기로 했다. 또 내ㆍ외자 기업소득세 단일화를 비롯해 앞으로 외국기업에 대한 어떤 초국적 대우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현재 열리고 있는 `량후이(兩會)`는 경제안보와 산업주권을 결의하는 장으로 느껴질 정도다. 회의 참석자들은 회의장이든 언론 인터뷰에서든 틈만 나면 경제안보와 산업주권, 민족산업, 외자기업과의 시장평등, 기업독립을 운운한다.
중국 측은 무엇보다 외국자본이 기업사냥을 통해 우량 토착기업의 영업망과 브랜드 지명도, 원자재와 에너지 공급원을 통째 빼가는 것을 강력히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는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장악을 위해 최근 경쟁적으로 유망 토착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한 정면 대응방침으로 풀이된다.
량후이에서 한 부장(장관)급 인사는 "음료 유통소매점에 이어 기계 전자 분야에까지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민족자본이 외세에 밀려 무방비로 외자에 넘어가는 것이나 국제분업에서 중국이 시장만 제공하고 단지 `노동자`배역만 떠맡는 상황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겠다"고 목청을 돋웠다.
중국의 민족산업 보호 움직임은 공장 진출이든 기업매입이든 외자기업들의 중국 진출에 있어 새로운 전략적 대응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지 진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이 부쩍 경제안보와 외자 길들이기를 강화하고 있다"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당국이 조세 환경 노무관리 등에서 시시콜콜 `법 규정`을 내세워 외자 경영을 압박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량후이에서도 기업과 관리들은 물론 언론매체까지 가세해 `경제주권` 사수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인 출신 전인대대표와 정협위원들은 산업정책에 있어 내ㆍ외자의 시장 평등원칙과 `중국 산업 독립`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외자정책의 핫이슈인 단일 기업소득세(법인세) 안건의 경우 이번 정협에서 1호 제안으로 채택됐을 정도다. 대표와 위원들은 외자에 대한 갈증은 1980~90년대에 해갈됐다며 이제 당근(세제)을 거둬들일 때라고 주장했다. 진런칭(金人慶) 재정부장은 단일 기업소득세 법안을 2007년 전인대에 상정, 표결을 통해 2008년부터 시행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비공유제 기업인들은 정부가 로컬 민영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않아 중국 민족산업이 외자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인대 대표 겸 중국 최대의 음료기업인 와하하(娃哈哈)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은 비공유경제 육성 36조를 내놨지만 `천둥소리만 요란하고 비는 몇방울 안 내린 꼴(雷聲大 雨点小)`이 됐다고 질타했다.
한 라디오 방송은 지난 8일 쭝 회장 인터뷰 프로그램을 마련, 와하하가 프랑스 다농과 합작했으나 경영권 독립과 민족 브랜드를 고수했다며 장장 40여분간 이 회사를 `토착기업 독립`의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금융권에서는 주식제 은행장 중 유일한 전인대 대표인 마웨이화(馬蔚華) 자오상(招商)은행장이 회의에 참석, 금융개방의 신조류에 대응해 민족 금융산업의 보호 육성에 나설 것을 선창하고 나섰다.
마 행장은 개방 환경하에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은행 보험 증권 등 종합화 경영이라는 초국민적 대우로 중국 금융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며 규제완화와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정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