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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비싸서 미안해''

[2007-07-17, 02:04:07] 상하이저널
그녀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잠시 함께 했던 동료였다. 소식 끊긴 지 몇 년, 뜬금없이 몇 번 메일이 오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상해로 온다는 것이다. 자신은 여기에서 취업을 하고 아이들은 한국의 답답한 교육환경을 벗어나게 하고 싶어서란다. 이미 직장까지 정했다니 내가 오라커니 말라커니 할 새도 없이 나는 갑자기 그녀의 유일한 `상해 친구'가 되고 말았다.
한국에 있을 때 친했었나? 글쎄,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도 다른 흑심이 꿈틀거렸다. 상해에 몇 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때로는 그들의 정착을 위해 내가 아는 정보와 도움을 주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친척이거나 남편과 관계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지난 시간 속에 있었던 추억과 사람을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게다가 남편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오는 자유부인이라니, 아! 딱 내 스타일이야, 가끔 포서에 건너가서 그녀와 맥주잔이라도 기울일 수 있는 거야?
먼저 그녀 직장 가까운 곳에 집부터 구하러 다녔다. 성냥갑 같은 서울의 아파트보다야 상해가 괜찮지. 되도록 단지는 크고 정원이 멋진 곳으로, 물을 좋아한다니 곳곳에 분수가 날리고 큰 연못이 있는 곳으로…….
그녀가 왔다. 그리고 두어달이 지났다.
"너는 한 달에 생활비가 얼마나 드냐? 아들은 어느 학원을 다니냐? 악기는 무엇을 배우냐? 원어민 선생님은 일주일에 몇 번 오냐?*
우리가 나누는 대부분의 대화는 과거에 대한 알싸함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팍팍함이었다. 그녀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상해가 왜 이렇게 생활비가 많이 드냐는 것이다. 교육비도 만만치 않고, 학원비도 한국하고 거의 비슷하고, 물가도 비싸고, 도대체 자기가 알고 있는 중국같지가 않단다. 자신의 월급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고 남편한테 큰 소리 치고 왔는데 매달 한국에서 가져다 쓴다고 투덜댄다.
"한국 식품점만 다니지 말고 시장도 다녀봐라. 아이들 적당히 시켜라. 대중교통을 많이 알아둬라.* 조언이라고 하지만 물가 비싼 것에 대해서는 못 깎아주는 주인마냥 괜히 내가 미안하기만 하다.
포서는 너나할 것 없이 학원을 다니는 모양인데 포동은 상대적으로 학원이 활성화되지 않아서인지 우리 아들은 학원이라는 곳을 다니지 않는다. 악기도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배우니 따로 개인 레슨을 시키지 않았고, `하루종일 원어민이랑 공부했는데 무슨 집에서까지 따로 원어민을 부르냐'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들 주장에 한 번도 외국 선생님을 집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이렇게 사는 나와 서울의 강남에서 바로 건너와 이것저것 뺑뺑이 돌리지 않으면 뭔가 불안한 그녀는 뭐든지 싸리라 생각했던 중국이 이렇게 모든 것이 비쌀 줄 몰랐던 모양이다.
하긴 상해 물가가 많이 오르긴 올랐다. 지금 내가 주는 아줌마 월급은 5년 전에 비해 2.5배 정도가 되었고 얼마 전 발표한 중국의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식품 가격 급등세로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했다는 내용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게다가 집세는 세계 8위라나? 10원으로 뭔가를 사며 싸서 놀라던 시절이 있었건만 지금은 몇 가지 사면 무조건 100원짜리가 나간다. 체감물가가 비싸진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녀가 상해 물가 비싸다고 콩닥거리며 중국에 대한 환상을 깨고 있을 무렵, 나는 와이탄에서 그녀와 술잔 기울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깨야 할 것 같다.
▷포동아줌마(delpin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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